“우리 애 맘 상하잖아”…서이초 교사 극단선택 이후 터진 경악스런 ‘증언들’…모두 분노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 차 신규 교사 A(23)씨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에 극단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진상 규명과 교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현직 교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부모 갑질 끝에...”

2023년 7월 18일 오전 11시께 서초구 서이초 1학년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A씨가 당일 오전 정상적으로 출근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다음날인 2023년 7월 19일이 되어서야 A씨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알려졌고, 2023년 7월 20일 서이초는 "교내에서 교사 한 분이 숨지신 일이 발생했다. 현재 사망 원인에 대해선 경찰에서 수사 중"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의 갑질 끝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A씨는 최근 담당 학급의 학교 폭력 문제를 처리하던 중 가해 학생 혹은 피해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인의 서이초 동료 교사들 역시 "서이초의 민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극단적 선택을 한 A씨도 이런 민원에 시달렸다"라고 제보에 나섰습니다.
사흘 만에 분향소 중단, 왜?

2023년 7월 20일 서이초에 마련된 분향소와 2023년 7월 21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고인을 위해 서이초 교내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설치 사흘 만에 운영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7월 23일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 한 장소였던 서이초가 추모 공간이 되어야 마땅하나 방학 중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등의 교육 활동으로 서이초 분향소는 이날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양해해달라"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럼에도 계속 이어지는 추모의 마음은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분향소로 모아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부연했습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분향소는 당초 이날까지 운영 예정이었으나 오는 2023년 7월 28일까지로 연장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시교육청은 "추모 열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분향소를 28일까지 연장해 운영하기로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저녁 시간을 위한 추모객을 위해 오후 8시까지는 자율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교육청은 또 "무더위와 궂은 날씨 속에서도 고인에 대한 많은 시민과 동료교사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인이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주시는 시민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교사도 누군가의 ‘내 아이’일텐데

2023년 7월 22일 전현직 교사 및 예비 교사 5,000명은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추모 집회를 열고 "실질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 '교권 붕괴' 사례를 증언했습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교사 B씨는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기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혐의로 저를 신고했다"라고 밝혔습니다.
B씨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기 전까지 아동학대 조사를 받는 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같은 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사 C씨는 학부모가 제기한 민원으로 인해 교육청에 불려 갔던 동료 교사의 일화를 언급하며 "2학년 교실에서 미술 활동 중 '신호등', '네모의 꿈'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요를 틀어줬는데 한 어머님께서 아이가 노래가 너무 좋다고 하며 노래 리스트를 달라고 요청해 의심 없이 리스트를 보내줬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그는 "그날 밤 반 전체 학부모 단톡에 리스트를 가사와 함께 올려서 빨간 줄로 비교육적인 부분을 체크해 아동학대 신고서를 작성했더라. 그냥 그런 부분은 '조심해달라' 언질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것을 굳이 거짓말까지 해가며 그랬다"라고 말했습니다.
C씨는 "교장 선생님도 전혀 쉴드 없이 부모님께 사과를 요구했는데 그분이 거부하자 교육청까지 갔다. 결국 사과로 마무리됐다. 저는 그 이후로 교실에서 어떤 노래도 안 튼다"라고 털어놨습니다.

2023년 7월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이후 교원노조 등이 개설한 패들렛(여러 사람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웹사이트)에는 과도한 학부모 요구사항부터 폭언·폭행까지 그간 교사들이 겪은 교권침해 사례들이 수천 건 이상 올라오고 있습니다.
학부모의 요구사항 가운데는 자기 자녀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도 있었지만 병원 진료, 모닝콜, 교사가 직접 깎은 과일이나 직접 끓인 죽 등 음식 제공, 결석 후 출석 인정 등 비합리적인 요구도 많았습니다.
이에 "교사를 아이의 하인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라는 울분 섞인 목소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 매체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다가 학부모에게 욕설이나 폭언을 듣는 경우, 성적 처리와 관련해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최근 '아이의 마음이 상했다'는 항의는 상당히 흔해서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부모에게 교사의 죄가 '내 아이 기분 상해죄'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학교폭력위원회를 열면서 학부모에게 폭행당했다"라는 충격적인 사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상황, 이에 교사들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장과 교감을 비롯해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의 원칙 없는 대응에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받아쓰기 지도를 하면서 틀린 문제에 빗금을 쳤다가 학부모에게서 항의 전화를 받았다는 교사 D씨는 "아이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빗금 대신 '별 표시'를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라고 고백했습니다.
D씨는 "비슷하게 느끼는 학부모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틀린 문제에 '별 표시'를 원하는 학부모는 연락을 달라고 알림장에 글을 올렸다. 그런데 해당 학부모가 '교사가 본인을 표적 삼아 알림장을 올렸다'며 교장실로 찾아와 소리를 질렀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교사 E씨는 "원격수업 기간 한 학생이 계속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 학부모에게 연락했다. 학부모는 교사가 '모닝콜'을 해 아이를 깨워달라고 요구했고, 어렵다고 하자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지난 2023년 6월 30일에는 서울 양천구 소재 초등학교 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보다 며칠 앞선 2023년 6월 23일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특수학급을 맡고 있던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목 부위에 부상을 입은 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피해 교사는 해당 학생에게 지난 4월부터 폭행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 교직사회는 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규탄하고 있으며 "현재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등 관련 법·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