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대신 흉기를”…신림동 살인마 태운 ‘택시기사’ 신고 놓친 경찰, ‘그날’ 상황에 모두 충격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조모(33)씨가 범행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택시에 무임승차해 경찰에 신고까지 됐던 사실이 알려져 더욱 큰 충격을 안기고 있습니다.
택시비 대신 놓고 내린 ‘흉기’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2023년 7월 21일 주거지인 인천에서 낮 12시 3분께 택시를 타고 12시 59분 서울 금천구 할머니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조 씨는 택시비를 내지 않고 달아났고, 이에 택시 기사는 조 씨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금천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이미 종적을 감춘 조 씨의 인적사항은 파악하지 못했으며 택시 기사에게 사건 접수만을 안내했습니다.

이후 조 씨는 범행 장소인 신림역 인근으로 이동할 때도 택시를 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날 1시 59분쯤 할머니 집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2점 훔친 조 씨는 택시에 탑승한 당시 훔친 칼도 소지한 상태였으며, 이 같은 정황에 따라 "조 씨가 '묻지마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움직였다"라는 추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택시를 타고 신림역 4번 출구로 향한 조 씨는 인근 길가에 도착했지만, 이때도 택시비를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된 신고 접수는 없었으며, 하차하는 과정에서 조 씨는 훔친 흉기 2점 중 1점을 택시에 놓고 내렸습니다.
경찰은 두 번째 택시 기사를 상대로 조 씨가 소지한 흉기를 봤는지, 특별한 언동이 없었는지 등 여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에 대한 말도 수시로 바뀌고 있어 진술 신빙성을 계속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100% 믿을 수 없는 말들

택시에서 하차한 조 씨는 몇 분 지나지 않은 오후 2시 7분쯤 범행을 저질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검거 직후 조 씨는 "열심히 살았는데 안 되더라"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말을 했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라며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언론 카메라 앞에서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조 씨는 경찰서에선 '할머니 탓'을 하며 "범행 대상으로 남녀를 고려하지 않았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3년 7월 24일 SBS 보도에 따르면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할머니로부터 '왜 그렇게 사느냐'는 질책을 듣고 순간적으로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진술했습니다.
또한 남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과 관련해 조 씨는 "성별을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이 역시 100%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봤습니다.
경찰은 "조 씨가 자신의 범행이 계획적인 범죄가 아닌 우발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조 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조 씨의 진술과는 달리, 조 씨의 할머니는 "손자가 문제행동을 하거나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했으며 이에 경찰은 조 씨의 할머니를 상대로 진술 진위를 추가 확인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또 "조만간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 씨에게 사이코패스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첨언했습니다.
대낮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참극에 "조 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2023년 7월 26일 신상공개정보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조 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말리던 종업원에게도...

조사 결과 과거 폭행 등 범죄 전력 3회가 있고, 그 외 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수사경력자료가 14건에 달하는 조 씨는 지난 2023년 7월 23일 살인 및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사건 이후 일각에서는 "범인이 중국 동포나 외국인이 아니냐"라는 추측도 제기됐으나 조 씨는 주거지인 인천과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할머니 집을 오가며 생활하던 한국인 남성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조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돼 더욱 공분을 샀습니다.

특히 조 씨는 과거에도 신림역 일대에서 묻지마 폭행을 저질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바, 지난 2010년 1월 25일 새벽 2시께 신림동 한 주점에서 소주병으로 다른 손님 1명을 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자신을 말리던 종업원에게도 깨진 소주병을 휘두른 조 씨는 맥주병으로 다른 직원도 폭행했으며 법원은 조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조 씨가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과거 사건이 발생한 주점은 현재 폐쇄됐지만, 이번 범행 장소와 같은 골목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